영화 기생충 후기 등장인물 별 느낀점 (스포주의)

제 72회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

개봉일인 5월 30일에 바로 보려고 했으나, 이런저런 일로 미루다 드디어 어제 관람 하게 되었다.

 

영화 자체는 상영시간인 2시간 20분이 무색할 정도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았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가슴 한쪽이 저릿한 느낌이 들었다.

사회를 숙주와 기생충으로 나눈다면 기생충에 속하는 쪽이라 더욱 와닿는게 많았나보다.

 

영화를 보면서 각 캐릭터들에게 느끼는 바도 있었고, 영화 자체도 생각할 것이 많은 영화라 

캐릭터 중심 느낀점과 후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이후 내용들에는 스포가 있을 수도 있다.

 

기택 -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백수인 가장 기택.

20대인 자녀를 두었지만 그의 보금자리는 반지하 방이다.

실패할 일이 없다며 가장 완벽한 계획인 무계획으로 인생을 살아온

그는 중장년이 되어서도 무엇하나 내세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어찌보면 내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이 기택이다. 

책임져야 할 것들이 있지만 나몰라라 하는 부류. 그냥 안 해버리면 어떻게는 되겠지 생각하는 사람들.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면 정말 맥이 빠져버린다.

 

그러나 자신을 바퀴벌레에 비유하는 부인의 멱살을 잡는다던지

자신 그리고 가정부의 남편에게 똑같이 냄새가 난다는 제스쳐를 취한 이선균을 죽인 장면에서

기택이 이룬 것은 없지만 무시받기는 싫은 자격지심이 강한 인물로 느껴졌다. 

 

충숙 - 그 돈 나한테 있었으면 내가 더 착해


 

부자들이 더 착하다는 말에 충숙이 이런 말을 한다.

"그 (이선균네 집)돈이 나한테 있었으면 내가 더 착해"

영화는 끝났지만 이 대사와 배우의 연기가 너무 기억에 남았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고 느낀 것은 돈이 있으면 사람이 여유가 있어져서 착해 보인다는 것이다.

선을 넘지 않는 한 그들은 젠틀 할 것이고 매너있게 행동해 줄 것이다. 

하지만 선을 넘는 순간 그들의 눈빛은 차가워 질 것이고 표정은 굳을 것이다.

결론은 돈이 많더라도 사람은 착해 질 수 없고, 착해 보여진 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충숙이 저 대사를 하고 난 뒤 다가오는 강아지를 손으로 밀쳐낸다.

돈이 많아진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사람은 착해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 같았다.

 

또한 기정이의 영정사진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모습에서 연민이 생겼었는데,

돌이켜 보면 가정부 아줌마를 실질적으로 죽인 범인은 충숙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람하나를 쉽게 계단에서 밀어버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돈이 많아 진다고 해서 착해질 수 있을까?

 

기우 - 아버지는 계단만 올라오시면 되요


기우를 한단어로 정의하자면 나는 "이상주의자"라고 생각한다.

가정환경 상관 없이 가고 싶은 대학교에 가려고 4수씩이나 한 점과

마지막에 기택에게 "계단만 올라오시면 돼요" 라고 말하는 장면.

기우는 계획이 있지만 그 계획은 누가봐도 이룰 수 없을 것 같이 이상적이다.

 

또한 기우는 자신의 계획이 계획되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상주의자다.

이선균네 가족이 캠핑을 떠난 후 거실에서 술판을 버리고 있을 때, 초인종이 울린다.

이때 기우는 이런말은 한다 "계획에 없던 건데.."

 

그가 높아보이는 계획를 세우는 것이 자신의 계획이 모두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인 걸까? 

이렇게 대책 없이 실패할 가능성이 많은 계획을 짠다면 기우도 어느순간 제 풀에 지쳐

계획이 계획되로 되지 않는다며 무계획을 주장하는 기택과 같은 사람이 되진 않을까?

 

기정 - 우리 생각만해! 우리생각만!


 

내가 기생충에서 가장 애착이 갔던 캐릭터가 바로 기정이다.

PC방에서 담배를 피지만 막 뭐라하지 못하던 알바생.

수업에 참관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아무말 못했던 조여정.

기정에게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그런 아우라 같은게 있어 보였다.

하물며 많은 사람들이 다루기 힘들어 했던 다송이도 기정은 쉽게 자신을 따르게 만들었다.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히 캐치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어떠한 행동을 할 줄 아는 사람.

기택네 가족들 중에서 하층민 탈출 확률이 가장 높여보였던 사람이 바로 기정이었다.

 

그렇게 똑부러진 기정이 송강호가 다른 운전기사의 근황을 걱정하는 것을 보며

우리 생각만해! 우리생각만! 하며 소리치던 부분은 전혀 이기적으로 들리지 않고 오히려 가슴이 매우 아팠다.

미술공부를 하고 싶었던 기정은 얼마나 그 가정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었을까.

 

비가 내려 집이 잠기고, 화장실 변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구정물을 막아내며 

변기에 앉아 체념하듯 담배를 피는 기정.

빛날 수 있었던 능력이 충분한 기정이었는데, 그녀는 과연 얼마나 많은 체념을 했을까.

결국 빛나지도 못하고 죽은 기정이 너무 안쓰러워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울어버렸다.

 

동익 & 연교 - 냄새가 선을 넘지


 

만만해 보이는 부자와 만만해 보이지 않는 부자 이게 내가 느낀 연교와 동익이다.

둘 다 부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권력을 가지고 있고, 아무도 그들을 함부로 하지 못한다.

 

연교는 영어를 섞어 말하거나, 자신이 먼저 수업에 참관하겠다고 하는 등 

고용하는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항상 무언가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기택네 가족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동익은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자신이 정해 놓은 선을 넘지 않으면 웃어 넘겨 버린다.

그러나 아들 생일 파티 계획을 말하는 자신을 기택이 비웃었을 때,

그의 표정은 굳어지며 기택에게 선을 넘지 말라는 뉘앙스의 말을 한다. 

 

굳이 자신의 위치를 연교처럼 억지로 오바하며 각인 시키지 않아도

그는 원할 때 자신의 위치를 내세울 수 있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선 지키는 것을 끔찍이 중요시 여기는 그도

인간에 대한 예의는 지킬 줄 몰랐나보다.

 

기택이나 가정부의 남편의 냄새에 코를 막는 제스쳐를 하는 것을 보면

그가 사람이 지켜야할 선을 중시하지만 정작 본인은

인간에 대한 예의는 지키지 않는 위선적인 사람으로 보였다. 

 

가정부 부부 - 불우이웃끼리 이러지 말자


내가 기생충을 보고난 뒤 느끼는 감정을이 여럿 있었는데,

그중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한 등장인물들이 가정부 부부다.

 

현재 사회에서 내 위치는 매우 두렵다.

기택네 가족 처럼 힘들더라도 위로 올라 갈 수 있지만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나락의 현실을 가정부 부부를 보면서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그들은 아무 희망이 없어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지하벙커에서 살고 있는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되면 끔찍한 현실에서 도망쳐 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할까?

이런 상황에서는 무계획이건 계획이건 따지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숙주가 버린 것들을 먹고사는 기생충이 삶이 아닌가.

 

기택네 가족들은 이미 동익에게 많은 혜택을 받고 있었음에도 계속 자신의 가족들을 

집에 들이는 계획을 짜고 어떻게는 동익으로 부터 돈을 뜯어내려고 한다.

나쁜 방법이지만 진취적으로 자신들의 앞길을 개척해 나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정부의 남편은 그렇지 못한다.

가정부의 남편은 집의 주인인 동익(이선균)에게 맹목적인 존경을 표하고 있다.

동익에게 딱 들러 붙어 이 생활을 유지해 주심에 감사함을 표한다.

 

그리고 1주일에 한번만 음식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을 때

그의 기대하는 표정이 거기에 만족하는 그 표정이... 매우 기억에 남았다.

 

여담이지만 가정부 아주머니의 초인종 연기가 압권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문열어 달라고 하면 열어주나.. 나같으면 안열어준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등장인물을 꼽으라면 가정부 부부와 기정이다.

그러나 애착이 가는 것은 기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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